7월 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정부도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사실, 북한의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왔었다. 올해 1월 북한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시험발사를 이미 예고한 바 있으며, 4월의 태양절 군 퍼레이드에서 선보였던 미사일들이 하나씩 시험발사되고 있는 중이었다. 북한의 ICBM 개발이 아직도 저급한 수준에 있다거나 국제사회의 압력과 제재로 인해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희망적 사고”에 불과했던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독립절>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할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작은 <선물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면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성능향상을 위한 시험을 계속 진행시킬 계획임과 동시에 쉽게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공식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더욱 강력한 조치로 ICBM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국정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통해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한편 이 훈련은 한국이 미국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라 할지라도,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특히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의 진행상황과 미국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적어도 당분간은, 한미의 정책변화나 협상에 크게 기대를 걸기 보다 일단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에 올인하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은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한국은 새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보기도 전에 더욱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북한의 ICBM 개발에 대해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었는데 체면을 완전히 구기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한국과 미국정부에게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나 옵션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선제타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노력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최근 중국은 북한문제에 대해 미국보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제 북한은 핵무장 해제와 비핵화를 위한 판돈을 더욱 크게 올려 놓았고, 이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대응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아 보였던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는 더욱 더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북한의 핵무장 해제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해결방법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다. 이를 위해 이제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해 이런저런 선제조건을 요구하지 말고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을 통해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고자 합의했던 소중한 경험이 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달성에는 실패했고 현재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아직 그 가능성마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제시했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맞교환하는 “쌍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동시에 시작하는 “쌍궤병행”을 포함한 여러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better late than never)라는 말도 있듯이, 미국과 한국 모두 더 이상 국내정치적 블레임 게임
(blame game)은 자제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끝>
P.S. 이 글은 The Yoojung Times과 뉴스 M에도 실렸습니다.
P.S. 이 글은 The Yoojung Times과 뉴스 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