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표 소감
2016년 4월 14일 (미국 시간)
현재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 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국회가
16년 만에 재현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이 한 석 차이로 새누리당을 이기고 제1당이 되었다.
이는 선거 전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충격적인 결과이다.
역시 선거결과는 투표함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진리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렇게 충격적인 결과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향적인 보도와 여론조사 결과를 일삼았던 언론매체나 여론조사기관때문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3월 24일 서울 종로 지역구의 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세훈 후보
45.8%, 정세균 후보 28.5%였다. 그러나 4월 13일 선거결과 정세균 후보가 53.4%를 얻어 39.4%를 얻은 오세훈 후보를 큰 차이로 이겼다. 이렇듯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론의 보도가 국민들의 밑바닥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했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현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며, 이로 인해 내년 대선 전까지 정치권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예상보다 일찍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2 각 당의 승인과 패인
두 말 할 필요없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배자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개헌선인
200석이나 국회선진화법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180석 확보는 커녕 과반의석 확보에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게 제1당의 지위도 내주었다.
새누리당의 패배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에서 발생했던 친박 혹은 진박 대 비박 간의 이전투구였다. 공천이 아니라 ‘박천’이라고까지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비박계 공천학살로 인해 새누리당의 많은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렸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소극적 대처,
역사 국정교과서화 강행,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한일위안부 합의,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과 균형외교의 실종,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테러방지법 제정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견제심리가 이번 투표에 반영되었다.
셋째,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김부겸,
김영춘, 김경수 등과 같은 야당 후보들과 이에 대한 영남 유권자들의 화답도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승리자다.
수도권에서 압승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지역구 의석을 확보했고 영남에서도
10개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며 제1당이 되었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이유는 먼저 김종인과 문재인 두 탑 체제가 여러 가지 어려움과 고비를 끝까지 잘 극복하고 팀웍을 유지하면서 완주했고, 당명까지 새롭게 바꾸고 공천과정에서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또한 공천에서 탈락했던 이들이 중심이 된 ‘더컷유세단’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과정에 실망한 전통적인 지지층이 떠나가지 않도록 붙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그 동안 수많은 헛발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의 반새누리 정서에 기반한 ‘반사효과’를 누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 선거결과를 놓고 자만하면 안된다.
국민의 당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승리자다. 이번 선거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입을 현실적 목표로 했으나 거의 그 두 배인 38명의 당선자를 냈으며, 정당투표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 또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는 국민의 당이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한 사람들의 표를 모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들의 중도전략이 어느 정도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호남 이외의 지역구에서는 거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호남에 기반한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편, 안철수는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 당선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새누리당의 과반도 막고 국민의 당도 많은 당선자를 내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정의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를 국민의 당에 많이 빼았겼다. 정의당은 이제 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더 이상 심상정, 노회찬 등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팀플레이를 이끌어낼지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3 20대 총선의 의미
첫째,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견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후 국정수행에 있어 항상 국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둘째,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기존의 낡은 정치나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에 많이 실망했고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국민의 당에 대한 전국적인 지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고,
영남권에서 야당후보들이 그리고 호남권에서 여당후보들이 이전의 선거에서보다 많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모든 정당이 이러한 새로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당이든 다음 총선에서는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 당 모두 선거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이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에 나타난 호남의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앞으로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 동안 항상 전략적 투표를 해왔던 호남이 이번에 보여준 지역주의 투표도 야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전략적 투표로 해석될 수는 있지만 호남이 이번에 밀어준 국민의 당은 어떤 이념이나 정책에 기반 한 당이 아니라 사실상 낡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급조된 당이기 때문에 이 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호남정치의 퇴보로 여겨질 수도 있다.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넷째, 야당이 내년 대선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번 총선 전까지 야당의 미래는 암울했으며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제는 희망을 넘어 기대까지 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4 각 당의 숙제와 개혁과제
먼저, 새누리당의 경우,
당내 민주화와 정당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한다.
이번 공천사태를 보면 이게 민주주의 제도하의 현대적 정당인지 군주제하의 봉건적 정당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새누리당의 모든 후보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무성이 도입하고자 했던 상향식 공천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면 선거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둘째, 국정운영에 있어서 국민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대통령 지지율만 믿고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때 국민들은 몰래 참으며 이번 선거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인해 새누리당은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선거결과에 결코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얻은 지지는 그들이 잘했다기보다는 새누리당에 대한 ‘반사효과’로 얻은 지지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국민들과 항상 소통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떠받아야 한다.
또한 당내 민주주의 실현과 정당정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도입하려고 했던 ‘시스템 공천’은 선거가 다가오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공천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단지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이 더욱 문제가 많았기에 가려졌던 것 뿐이다.
셋째, 국민의 당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 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대부분 새정치를 갈망하지만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국민의 당 후보들은 역설적이게도 대부분 낡은 정치를 오랫 동안 해왔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정신차리고 진짜 정치개혁을 이루어내지 않는다면 이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또한 국민의 당은 단기적 이해관계가 일치한 사람들이 모인 급조된 정당이라서 이 당의 미래는 안철수의 리더십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마지막, 정의당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인플레이에서 탈피해서 팀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당의 존립자체가 불분명해 질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설 자리는 특히 좁은만큼 더욱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5 재외투표의 성과와 한계,
개선할 점
이번 총선에는 재외유권자 추정치 약 20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약
3% 정도만이 참여했는데 이는 원래 기대치
1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18대 대선 때는 7% 정도 참여했는데
19대 대선에는
10% 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도입된 재외선거인 영구명부제, 인터넷 접수,
투표소 확대 등은 성과라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원거리 투표자들은 현실적으로 참여가 힘들었다. 그러므로 원거리 투표자들을 위한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투표 도입을 꺼리고, 야당은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우편투표 도입을 꺼린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각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재외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야를 떠나 한국의 정당들이 재외동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향상과 권리증진을 위해서는 투표율을 높여서 각 정당에 압력을 넣는 방법밖에 없다. 재외동포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재외동포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이기 때문이다. <끝>
1. 이 글은 2016년 4월 13일 LA Radio Korea 최영호의 시사포커스 1540 방송 준비를 위해 작성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3. 이번 총선에 대한 저를 포함한 LA 한인들의 짧은 소감이 미주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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