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미국인들이 이제 한국 문화에 친숙하다. 이들은 영화 기생충을 보고 BTS의 음악을 들으며 불고기나 갈비,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을 즐긴다. 미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한글과 한국어를 공부한다. 이제는 삼성에서 만든 스마트폰이나 현대나 기아에서 만든 자동차를 이 곳 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듯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즐기기도 하지만 한국의 지리나 역사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반도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국가가 휴전선을 경계로 따로 존재하고 있다.
원래부터 한반도에 두 국가가 따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에서는 적어도 근대 이후 하나의 국가가 존재했던 시기가 훨씬 더 길다.
이들은 오랜 시기 동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민족성을 지니며 같은 문화를 향유했다.
한반도가 지금처럼 두 개의 국가로 나뉘게 된 것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적 차원에서 시작된 냉전때문이었다.
한반도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독립운동과 무장투쟁이 끊임없이 일어났으나 한반도의 해방과 독립은
1945년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이뤄졌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유럽에서는 독일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서로 분단되었던 반면에 아시아에서는 전범국 일본 대신에 한반도와 베트남 등이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당시 한민족 대다수는 분단에 반대했지만 냉전과 국제관계의 역학 때문에 38선을 경계로 하는 분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고,
그 결과 38선 이남에는 미군이,
38선 이북에는 소련군이 각각 주둔했다.
더 나아가 1950년에 시작된 한국전쟁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발생시켰을 뿐 아니라 남북분단과 남북대결을 더욱 고착화시켰다.
그로부터 40년 정도 지난 후 미국과 소련이 주도했던 냉전질서는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되지만 한반도에서는 냉전의 유산인 남북분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는 여전히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한 종전협정이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휴전으로 인한 준전시상태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은 단지 한반도의 안전만을 위협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제거하고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어와 민족,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두 국가가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은 전쟁이나 강압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는 한반도에서 반드시 평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평화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며 방법이기도 하다.
그 동안 한반도에서는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되어 왔지만 가장 최근의 노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남북관계,
한반도에서 경제적 공동번영을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다.
최근 미국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해왔다.
2018년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2019년에는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후 북미간의 의견차이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지금까지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은 여전히 세계최강대국이며 외교,
국제협력,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안보와 경제번영은 국제질서의 안정,
번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평화는 미국의 국익에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먼저 북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에서는 국지적 무력충돌도 쉽게 전면전이나 국제전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무력을 사용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은 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
평화조약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국이자 파트너인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평범한 미국 국민들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편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의회에 계류 중인 한반도 평화법안,
북미이산가족 상봉법안,
대북인도주의적 지원법안 등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교육계몽활동이나 평화시위 등을 조직하고 참여할 수도 있다.
남북한 국민들과 재미한인들,
그리고 평화애호 미국시민 등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에 함께 나설 때만이 한반도의 안정과 세계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P.S. 이 글은 민주평통 오렌지카운티샌디에고 협의회 발행 "통일로 가는 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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