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6년 1월 14일/장소: JJ Grand Hotel in Los Angeles
Roundtable 주제: 한반도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발표자: 안태형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한반도의 통일은 민주와 복지에 기반한 통일, 정치적으로 민주적이고, 외교적으로 평화지향적이며, 경제적으로 번영을 추구하고, 사회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통일을 그 목표와 원칙으로 해야 한다. 남북한의 통일은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며, 정치적 목표도 민주주의의 완전한 실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유지에 기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남북한 주민 모두의 경제적 번영과 복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국가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이, 종교, 성별, 재산, 학력, 출신지역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한다.
즉, 한반도의 통일은 민주주의적 원칙과 과정에 기반해야 하며 남북한의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동의와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와 같은 구체적 국가체제나 이념에 대한 논의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일식 통일과 같은 흡수통일이 가능할 수는 있으나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충분한 준비에 의한 점진적인 통일이 아닌 갑작스런 북한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이나 전쟁에 의한 무력통일은 북한주민과 남한주민 모두의 막대한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통일은 남북한 합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점진적인 통일이며, 바람직하지 않는 통일은 전쟁이나 무력에 의한 통일, 또는 흡수통일이나 민주주의적 원칙과 남북한 합의에 의하지 않는 일방적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
흡수통일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상이한 두 체제간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흡수통일이 유일한 통일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두 국가가 통일을 지향하면서 노력한다면 결국 두 체제가 수렴되면서 통일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흡수통일은 우리가 통일의 목적을 생각해 볼 때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엄청난 희생을 필요로 하기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통일방안은 남북간 상호체제 인정과 평화공존의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친 후 궁극적으로 남북간 합의에 기반한 통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북한 주민의 민주주의적 참여보장이 필수적이다. 물론 이 통일방안이 현실화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통일이 남북한 주민생할의 향상과 정치적 안정, 경제적 번영 등을 목표로 한다면 이러한 방식의 통일이 유일하게 바람직한 통일방식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일을 이룰 것인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합의에 의한 구체적인 공동통일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주장하고, 남한은 3단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이 상대방의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공동통일방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로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 (5단계 중립화 통일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발표자는 아직 중립화 통일방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때문에 앞으로 한반도 중립화 통일협의회 LA지회의 많은 도움을 기대한다. 한편, 발표자는 남북한 공동통일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전에라도 남북간 대화와 협력, 교류가 필요하며, 정치군사적 합의 이전에라도 남북한 사이의 지속적인 경제, 사회, 문화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6년 남북관계를 간단히 전망해 보자면,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잠시 기대했으나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상황은 매우 비관적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과 남북한의 국내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당분간 긴장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작년의 825합의와 같은 극적인 남북합의나 남북 정상회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남북정권 모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이런 식으로 남북한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나 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면 그 장기적 성과는 미미하고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 문제와 평화협정체결 문제는 한반도 통일과 평화체제수립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군사적 의제이나 동시에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의제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인 북한의 핵능력 증강과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와 이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둘 다 쉽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변화는 불가능해보이며, 북한도 4차에 걸친 핵실험과 ICBM/SLBM의 개발로 인해 비핵화에 대한 댓가를 더욱 많이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이러한 과정에서 남한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면 좋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고자 하는 의지나 능력 모두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5월에 있을 북한노동당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진 권력승계의 안착화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김정은체제 안정을 위한 시스템 재정비의 필요성으로 인해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속한 북한사회의 변화에 김정은이 어느 정도 개혁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김정은체제의 장기적 안정화의 가능성 여부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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