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의 민주당 경선 전망
Radio Seoul "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5월 4일 방송원고
1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트럼프가 처음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렇게까지 바람을 일으키며 대선후보로까지 확정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미국의 많은 유권자들이 기존정치권과 경제적 상황에 매우 실망하고 있으며 미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2 샌더스는 클린턴 진영의 경선 끝 선언이 틀렸다면서 끝까지 완주한다고 하는데, 이는 후보가 되겠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단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일까요?
샌더스가 지난 뉴욕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패한 이후 대선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원,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기 위해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한 바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 승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샌더스 입장에서는 후보가 된다면 가장 좋은 결과이지만 안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완주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3 인디애나주 승리가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
또 수퍼대의원의 마음을 바꿀 정도로 남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경선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700명, 버니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1,410명으로 차이가 300 명 안쪽으로 좁혀진 상태이며. 남은 주의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약 75% 정도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여전히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역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닙니다. 가장 많은 대의원 수를 가진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남은 대부분의 주에서 샌더스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수퍼대의원은 힐러리가 많이 확보한 상태이긴 하지만, 수퍼대의원의 경우 언제라도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고 과거의 경험을 보면 경선대의원을 더 많이 확보한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에 샌더스 돌풍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봅니다.
4 언론이 거의 단합하다시피 힐러리의 승리를 보도하는데도 유권자가 계속해서 샌더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먼저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자랑인 민주주의가 대기업 등 거대자본이나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거대금융의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금권정치로 변질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제한 정치헌금을 가능하게 하는 수퍼팩이 대표적입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경제불황의 지속과 소득불균형에 따른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미국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이 급속도록 붕괴되고 있습니다. 2009년 경제불황 이후 창출된 부의 95% 이상을 상위 1%가 가져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유권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버니 샌더스가 주장하는 정치혁명과 경제에 대한 극단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기성정치권을 불신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인기도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5 샌더스가 기성정치인과 다른 매력은?
버니 샌더스는 기성 정치인과 세 가지 점에서 크게 다릅니다.
첫째, 자신의 이념과 정책에 일관성이 있습니다. 40년 가까운 정치인생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원칙이나 소신을 저버리거나 변신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깨끗한 정치인입니다.
다른 후보들처럼 월스트리트나 각종 이익집단의 로비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샌더스가 모금한 선거자금도 지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개혁에 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금 미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6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보다 큰 무대 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약 8년 전 지금의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었을 때 힐러리 캠프에서 제작해서 방송한 광고 중 “새벽 3시에 백악관 전화벨이 울릴 때”라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이 광고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아주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오바마 후보는 국정경험이 거의 없는 반면에 힐러리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나 상원의원 등의 국정경험이 많기 때문에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으며 오바마 후보는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임기
8년 동안 경험부족으로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버니 샌더스는 이런 면에서 보면 오바마 대통령보다 훨씬 더 국정경험이 많은 편입니다. 그는 시장, 연방하원의원, 연방상원의원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입니다.
7 트럼프 대 힐러리 트럼프와 샌더스 가상대결을 한다면?
트럼프가 실질적으로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상황에서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경쟁력이 있습니다. 최근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39대 41로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는데, 물론 여론조사 시기나 방법, 주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하지만, 샌더스가 클린턴보다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무당파층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득표확장성을 고려할 때도 클린턴보다 샌더스가 더 유리합니다.
8 한인에게는, 또 한국에게는 샌더스,
트럼프,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한인 중 서류미비자
(undocumented immigrants) 같은 경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합법신분 취득이 어려워질 전망이며,
의료보험 의 경우 샌더스가 당선되었을 때 가장 많은 혜택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트럼프가 한국의 방위비 분단금 등을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워 보이고,
TPP 등 한미간 경제협력 측면에서 보자면 흥미롭게도 셋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9 마지막 클린턴 지지자나 샌더스 지지자 모두에게 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테드 크루즈 후보가 경선에서 사퇴하면서 공화당의 공식 대선후보가 도널드 트럼프로 사실상 결정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클린턴 지지자나 샌더스 지지자나 모두 자기가 지금 지지하는 후보가 경선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대선에서 기권하지 말고 민주당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기 위해서 서로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끝>
1. 이 글은 LA Radio Seoul "강혜신의 오늘의 미국" 방송을 위해 준비한 원고입니다. 방송은 이 곳에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