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로 촉발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기가 다행스럽게도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괌 포위사격을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지시를 공개적으로 내린 뒤,
”북한의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으며,
북한이 미국에 대해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틸러슨 미국무장관도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대북제재안을 채택한 이래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도발 행위들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주목하고 인정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존 하이튼 전략군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 등 미군 주요수뇌부도 오산미군공군기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외교적 해결 방안이 지금 현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들은 과거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나 매티스 미국방장관의 “정권의 종말과 북한 주민의 파멸”
등의 호전적 발언과 비교해 볼 때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변화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이후 틸러슨 미국무장관과 매티스 미국방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공동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나 한반도의 급속한 통일에 관심이 없고, 주한미군이 비무장지대를 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해를 입힐 의도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결정적인 태도변화는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 (UFG)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미국이 참가병력을
7,500명 정도 줄이고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의 전략자산을 전개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점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매티슨 미국방장관은 “참가 병력 수는 올해 훈련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지, 북한발 요인에 대응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미국이 최근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해소하고 북한에 대화제스처를 보내기 위해 훈련규모와 내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했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 규모축소는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위기상황 해소를 위한 가장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된 “이중 동결”이나 “쌍중단”에는 비록 미치지 못한 것이지만 적어도 북한에게 확실하고 분명한 대화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읽힌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시험 등을 자제하고 미국의 대화제의를 신중히 검토하고 수용해야 한다.
미국의 태도변화는 북한이 흡족하게 생각하는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미국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미대화는 사실상 북한이 지속적으로 원해왔던 것이었으며 미흡한 수준이나마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태도변화를 보였으므로 이제는 어느 정도 대화의 조건이 조성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로 결정한다면 더 이상 전제조건을 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화의제나 협상을 통해 달성할 목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우를 범해왔다. 이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한국과 중국 등도 북미대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보내서 남북관계와 북미대화가 선순환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중국도 미국과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행사해야 한다.
P.S. 이 글은 Yoojung Time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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