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새로운 권력이 온다
2. 규율사회에서 관리사회로
규율에서 유연화로 그리고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
포드주의는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고안한 분업 기반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의미,
역사적으로 포드주의는 컨베이어 벨트의 일관조립공정을 통해 생사성을 대폭 향상시킴으로써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이렇게 생산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높임으로써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순환구조를 만들어 냄,
이 가운데 노동 과정의 테일러주의적 재조직화를 결합함으로써 포드주의-케인스주의-테일러주의라는 자본주의 가치실현의 트라이앵글 구도를 완성함,
그 결과 노동 생산성의 급증으로 인한 상대적 잉여가치의 증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을 상쇄할 만한 기술적 발전,
대량소비가 가능한 내수 시장의 확립,
새로운 투자 영역의 지속적 산출 등 자본주의의 새로운 축적 주기를 형성하는 데 성공,
이를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옴
포드주의적 축적체제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냄,
사회관계의 자본화,
대규모 소비문화의 확산,
개인주의의 확대와 이로 인한 공동체의 약화,
대중사회와 대중문화의 출현,
고용의 안정과 노동계급의 성장,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와 국가 개입의 확대,
반파시즘과 반공주의의 확산 등 경제적 외연을 초과하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복합적인 변화들이 포드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형성됨,
포드주의가 “고유의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특징들을 가진 역사적으로 특수한 형태의 자본주의 사회구성체”라는 정의는 이처럼 복합적인 성격을 잘 드러냄
낸시 프레이저는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의 이행을 ‘규율에서 유연화로’라는 권력 메커니즘의 변화와 함께 읽어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더 나아가 포스트포드주의적 맥락에 맞는 새로운 규제양식 (즉 ‘유연화’로 표현된)을 이론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주장,
여기에는 1970년대부터 가속화된 포드주의의 내적 한계 및 케인스주의적 국민국가의 위기 그리고 이에 맞물려 발생한 세계적 경제 위기와 그로 인한 신자유주의 질서로의 이행 등과 같은 복합적인 역사적 조건이 전제되어 있음
포드주의에서 포스트포드주의로의 이행은 규율의 세 가지 측면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첫째, 포드주의가 사회의 규율화를 목적으로 삼았다면 이제 포스트포드주의는 탈국민국가화와 초국민국가화로의 변화에 상응하여 다양한 수준에서의 탈중심화된 규제로 모습을 바꿈,
둘째, 포드주의적 규율이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사회적인 것의 국가적 집중을 꾀했던 데 반해,
포스트포드주의적 규제양식은 탈사회화와 탈규제라는 흐름 속에서 사회적인 것의 해체와 함께 이에 대한 시장 중심적인 재편을 이루어 냄,
셋째, 포드주의적 규율의 쇠퇴와 함께 자기 규제적 주체에 대한 의존 또한 점차로 감소해 가면서,
그 자리는 자발적 참여,
적극적인 관심,
긍정적인 동기,
자기 경영과 자기 책임 등과 같은 새로운 주체화 양식들로 채워짐
3. 신자유주의라는 조건을 사유하기
포드주의 축적체제의 위기는 그 내부로부터 시작됐다.
경기 팽창의 동력이었던 포드주의-테일러주의-케인스주의 연합은 1970년대 들어 자본주의 가치실현에 장벽으로 작용하더니 급기야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됨,
마르크스의 통찰대로 자본의 한계는 자본 그 자체,
자본주의의 경제 호황을 지탱하던 바로 그 요인들이 어느 순간부터 정반대로 자본주의의 토대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불황의 원인이 됨,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팽창에 따른 과잉 축적과 그 결과로서의 이윤율 하락이 주된 이유,
과잉 투자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규모 축소,
설비 폐기,
인원 감축 등의 다운사이징이 진행,
그 결과 대규모의 노동자 해고 발생,
이로 인해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는 대량실업으로 인한 사회복지비용의 증가와 경기 후퇴로 인한 조세재원의 부족이라는 이중고,
경기 불황에 대한 해법으로서의 통화 공급은 인플레이션 야기,
결국 누적된 재정적자,
대량실업과 인플레이션의 동시적 발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 체제는 근본적인 위기로까지 치달음,
즉 포드주의의 위기는 생산체제의 위기이자 복지국가의 위기였으며,
이 모두인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위기
1970년대의 공황은 자본주의로 하여금 새로운 축적 모델과 헤게모니의 구축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또 그렇게 재구조화되도록 강제,
그렇게 등장한 포스트포드주의는 다품종 소량생산,
유연한 생산체계,
범위의 경제,
노동의 유연성,
노동자의 폭넓은 자율성과 다숙련화,
수평적이고 분산적인 기업구조 등을 주된 내용으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과잉축적의 문제를 유연한 형태로 관리,
통제, 제어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함
포스트포드주의는 포드주의의 위기와 그로 인한 생산양식의 변화로부터 비롯됐지만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재구조화라는 역사적 상황을 통화하면서 점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복합적인 회로 속으로 침윤,
포스트포드주의가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이자 처방의 성격이 강했다면,
신자유주의는 포스트포드주의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양식으로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층위의 변화들,
즉 사회와 국가의 재구조화를 이루는 시장화,
금융화, 탈규제, 계급이해, 경쟁체제, 탈사회화 등의 변화들을 통해 중층적이면서도 복합적인 구성을 이루어 감
신자유주의 시대는 복지국가 모델의 수정,
공공부문의 민영화,
규제 완화와 자유 경쟁,
노동의 유연화와 노조의 무력화,
계급 갈등의 첨예화,
노동자, 학생의 자기책임적 주체화 등을 통해 포드주의 규율사회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강제적으로 쇄신,
정치와 사회에 대해 경제적인 것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사회의 시장화가 급속히 진행,
그 결과 사회 연대의 해체 및 사회적인 것의 시장중심적 재편이 이루어짐,
이러한 변화의 운동은 구사회주의 국가들마저 포섭 및 흡수함으로써 전 지구적 보편화를 이룸
한편,
1970년대 초부터 한계에 다다른 포드주의는 그 돌파구를 새로운 기술개발과 생산양식의 발전에서 찾았는데,
이는 1980년대가 되면 정보통신기술혁명이라 일컬어질 만큼 거대하고 심원한 변화의 흐름으로 확대됨,
포드주의의 위기는 기업들을 기술 혁신 압박에 시달리게 만들었음,
기술 혁신은 노동생산성을 높여 상대적 잉여가치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 과정을 자동화,
기계화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저항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였으며,
또한 생산단가를 사회적 평균가보다 낮춤으로써 특별잉여가치를 확보하고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효과적
이런 와중에 특히 효과적인 활로가 정보통신기술,
1980년대 내내,
그전까지 과잉 투자되었던 제조업 위주의 산업에서 마이크로일레트로닉스,
컴퓨터 테크놀로지,
원격통신/방송, 반도체와 디지털 기술,
유전공학 등의 신기술로 이동,
제조업 생산 중심에서 자본의 유통 및 금융 경제로의 이동 또한 같은 맥락,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및 그로 인하나 공급망과 통신망의 연결,
확대, 강화로 인해 전 지구적인 자본의 네트워크가 가능해졌기 때문
정보통신기술혁명은 산업사회의 잔재를 쇄신하고 탈산업사회의 흐름을 추동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정보화 사회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힐 것으로 기대되고 요청되고 환영받음,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주기를 정초했듯이,
정보통신기술 또한 그만큼의,
혹은 그보다 더 빠르고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됨,
자본주의의 재구조화 과정은 정보통신기술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이와 동시에 (그 역으로 또는 상호작용적으로)
정보통신기술 또한 자본주의의 재구조화를 촉발함,
1970년대부터 가속화된 경제위기는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체계로의 변화를 이끌어 냈고,
이 가운데 촉발된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1980년대에 이르러 신자유주의라는 재구조화 과정의 주된 원인이자 또한 그 과정의 주요 결과가 됨
특히 1980년대 이후의 상황에서는 탈규제,
자유와, 유연화, 시장화 등의 신자유주의적 흐름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의 시장 주도적 움직임은 국가 중심의 관료주의,
비효율성, 방만 경영 등과 대비되면서 그만큼 더 강력한 힘과 속도를 얻음,
자유로운 시작은 무역장벽 철폐와 시장 개방을 전제하는 만큼 국경으로 한정,
폐쇄되지 않는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전 세계적인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요구하고 개발했으며,
역으로 그렇게 구축된 초국가적 통신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효과와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자유로운 시장을 더욱 더 확대해 나갔음,
신자유주의와 정보통신기술은 서로를 조건으로 삼아 전개되어 왔으며,
오직 그럴 때에야 각각의 최대치를 이룰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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