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통일전략포럼 발표문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미래: 군사안보적 측면을 중심으로
2017년 1월 26일, JJ Grand Hotel in Los
Angeles, CA
안태형,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2017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정치현상의 중요한 분석대상이 되었던 것처럼 앞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업무수행 중에도 여전히 그 정책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과 다양한 분석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그의 외교정책은 그의 전임자였던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에 대한 단순한 반대나 전통적인 공화당 외교정책으로의 회귀차원을 넘어서 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러한 정책변화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동북아정책이나 한반도의 미래에도 결과적으로 심각한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특징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먼저 그의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정책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식 날 홈페이지에 6대 국정기조를 공개했는데 이는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미국 우선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군의 재건,
법질서의 회복,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 나아가 백악관은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을 추진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외교지향을 명백히 했다.
또한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를 공식화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와 자유무역주의 유지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에서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와 ‘보호무역주의
(protectionism)’를 기반으로 하는 ‘고립주의 (isolationism)’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불가능성 (unpredictability)’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선출직 또는 임명직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더 나아가 미국의 기득권 정치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포퓰리즘에 기반한 그의 주장은 앞으로 그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다. 또한 사업가로서의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그는 상황에 따라서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타협하거나 예기치 못한 정책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외교에 있어서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은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상대방의 합리적 분석과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블러핑이 통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반면, 부정적인 측면은 국가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며 상대방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며 대응하게 만들면서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risky)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우위의 실용적 외교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문제와 경제문제 중심으로 외교나 안보 문제를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유세 중 계속해서 지정학적 (geo-political
or geo-strategic) 사고에서 지경학적 (geo-economic) 사고로의 전환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모두 철저히 미국경제의 성장과 유지를 우선시하는 정책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의 정치적 성공과 국내 정치경제적 지지기반 유지가 전적으로 미국경제의 재건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는 임기 동안 경제 우위의 지경학적 외교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대선 유세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 한미동맹을 미국무역적자나 방위비분담금 사안과 연계시켰듯이 대통령 임기 중에도 안보이슈를 경제이슈와 연계시키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분야 라인업
트럼프의 외교안보분야를 책임질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모두 강경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플린과 매티스는 군 출신이다. 특히 이들의 대북인식을 살펴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ICBM이 미국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며 필요하다면 군사력 사용이나 대북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이 중대한 위협이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마이클 플린도 북한체제를 오래 존속시키거나 북한 핵을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되며,
이런 전제하에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셈법을 바꿔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도 북한을 광기어린 집단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으며,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고문도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누구도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하거나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 모두가 외교적 해결보다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핵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와 대중국 외교
지금까지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중 가장 큰 변화는 러시아와의 관계개선과 중국과의 대립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와는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반면에 중국과는 적어도 겉으로는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당선 이후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나의 중국
(One China Policy)’ 원칙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듯한 행동과 발언을 하는 등 의도적으로 중국과의 외교적인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가 중국과의 통상외교를 담당할 주요부서에 대중강경파를 대거 전진배치함으로써 앞으로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부문에서 중국과의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아시아전략은 대중국정책이 핵심이며,
동북아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트럼프의 이같은 입장은 미중관계를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동북아의 정치적 불안정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했던 아시아 재균형 정책 (Rebalancing Asia)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의 보호주의를 비판하면서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중국이 트럼프의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
트럼프는 이달 초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ICBM개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 (It won’t happen!)이라며 북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오바마의 북핵불인정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지만 어떻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것이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새로운 행정부가 기존의 대북정책을 리뷰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데 보통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은 올해 하반기쯤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손익계산과 협상에 능한 비즈니스맨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과의 직접대화나 깜짝협상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당분간은 강경한 대북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북압박을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ICBM 시험발사의 시기와 가능성,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두고 여러 가지 예측과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북한은 ICBM을 시험발사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단행할 것인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이가?
등의 문제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ICBM 시험발사를 어떤 식으로든 계속하고자 할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역사적 경험으로 판단해 볼 때,
올해 초 발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올해 초 ICBM을 발사한다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북미관계는 매우 악화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단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거나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을 더욱 더 강하게 압박하는 방법 외에 새롭고 효율적인 대응방법을 찾기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두 가지 방법 모두 실제적인 효과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끊임 없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정책을 비판하면서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급진적인 대북정책 변화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한미동맹과 사드
(THAAD) 문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한미동맹이나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한국이 동맹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제기하며 한미동맹의 폐지까지 시사하기도 했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기존의 핵무장 용인발언을 취소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언급도 자제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MD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면서 MD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MD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MD 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이나 사드배치 문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진행되지 않고 적어도 당분간은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관련 분담금 문제나 사드배치와 유지비용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새로운 갈등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위한 제언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 등장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예측한다는 것이 항상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로 혜성처럼 등장해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점, 외교안보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거의 없다는 점, 그의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이 공화당의 전통적 외교노선과 많이 다르다는 점, 당분간은 그가 개혁하고자 하는 미국내 정치경제사회적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 등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점 때문에, 몇 가지 예측이 가능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워싱턴의 관료나 외교관, 군이나 정보기관의 의견이나 주장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그의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이 공화당의 전통적 외교정책 노선에서의 이탈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의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공화당 주류를 설득시켜서 지지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도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한데, 벌써부터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동맹, 사드 문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 등 그가 선거유세 당시 했었던 많은 발언들을 취소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그가 진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만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을 실제적으로 변화시키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의 행정부들이 가졌던 ‘북한붕괴론’의 환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대신에 북한의 핵개발 중단 및 폐기와 평화협정을 맞바꾸는 논의를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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