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 회 LA 통일전략포럼 토론문
북핵 해법의 새 구상: 제 4의 길을 찾아서 (장부승 박사, 랜드연구소)
토론자: 안태형 (LA 한반도통일전략연구협의회)
2017년 3월 2일, LA JJ Grand Hotel
장부승 박사의 발표는 북핵문제와 이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단히 깊이 있는 이해와 논리적 엄밀성,
그리고 뛰어난 통찰을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장 박사의 논문을 읽고 토론을 맡게 된 것은 커다란 영광이다. 장부승 박사의 발표에 깊이 공감하고 많은 부분 동의한다.
개인적으로는 ‘구성주의’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어 섭섭하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제가 미국으로 유학오게 된 이유가 ‘구성주의’를 공부하기 위해서였고, 지금도 ‘구성주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을 한반도 상황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고민중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문제도 같이 논의해 보고 싶다.
발표문에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건설적인 토론을 위해 몇 가지 문제만 짚어보겠다. 먼저 장 박사는 대북 봉쇄 및 제재 정책 실패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북한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정책’에서 잘 드러나듯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기술 개발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 둘째, 북한이 이미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셋째, 완전하고 효과적인 대북 제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인다면, 국제 정치에서 역사적으로 제재가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쿠바인데 이 경우만 보더라도 제재의 실패에는 한반도의 특수성 뿐만 아니라 제재 자체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에 기인하는 측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외교안보팀도 경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대북제재 실패에 대한 보편적인 측면과 특수적인 측면을 모두 언급한다면 설명력이 더 높아질 것이다.
장 박사의 대북공격 옵션의 비현실성에 대한 논의에 100% 동의하기에 별도로 논평하지 않겠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 옵션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에서 사소한 (minor)문제 몇 가지만 짚고자 한다.
첫째, Agreed Framework는 제네바 협정이 아니라 제네바 합의라고 봐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가 당시 의회비준을 피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Agreement라는 말을 피하고 Agreed
Framework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둘째, 제네바 합의의 문제점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이라고 했는데,
당시는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로 인한 핵개발 저지가 시급한 현안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이 사안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만약 미사일 문제나 우라늄 문제를 거론했다면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장 박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요구하는 것은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기 위한 첫 단추일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은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한국전쟁 이전 상태로의 회구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토론자는 북한의 전략이 냉전해체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장 박사가 이렇게 주장하는 구체적 근거는 무엇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견제를 위해 통일 이후에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 허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몇 차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장 박사는 “기존 대안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바로 북한의 현실 인식과 자기 정체성의 변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구성주의적” 접근방식과 관련이 있는 듯 한데 발표문에서는 그 구체적 논의가 생략된 듯 하다. 토론자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만, 북한의 인식과 정체성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곽태환 박사가 주장하는 “siege mentality”나 북한정권의 “regime change”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미국의 대북인식과 정책의 변화 등과 같은 주변환경의 “물질적” 또는 “구조적”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 박사는 새로운 대안으로 “변화지향적 기능주의”와 “이빨이 달린 기능주의”를 주장하는데 장 박사도 발표문에서 인정하듯이,
이 “변화지향적 기능주의”의 대표적인 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었다. 그런데 장 박사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 인식 역시 기능주의적 접근법의 실현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2008년 한국인 관광객이 피살되어 “상대방이 나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을 제기한다고 생각되는 상황”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한국인 관광객 피살 상황이
(물론 안타깝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이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하에서 진행되었던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불만을 가진 보수정권이 이 사건을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국내적으로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로 이용했던 측면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이빨이 달린 기능주의”에서 주장하는 대북 억지력 확보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한반도에서 또 다른 형태의 안보딜레마 (security dilemma)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지점은 장 박사가 주장하는 새로운 기능주의가 북핵해법이 아니라 북한해법이 아닌가 하는 것과 한국의 핵보유가 북핵해법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라면 이는 결국 북핵해법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토론을 위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장 부승 박사의 견해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훌륭한 발표 감사드린다. <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