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민주참여포럼 제5차 월례포럼 발표문
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Oxford Hotel in Los Angeles, CA
서론
2017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약 10개월이 지났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까지 그의 독특한 정치행위와 대내외 정책이 여전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중요한 정치적 분석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등 그가 대통령 후보시절 내걸었던 공약은 그의 전임자였던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에 대한 단순한 반대나 전통적인 공화당 외교정책으로의 회귀차원을 넘어서 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국내외 정치적 상황 변화로 인해 처음의 주장과는 달리 변화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여전히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늘 이 강연에서는 트럼프의 외교정책,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특징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먼저 그의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을 추진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외교지향을 명백히 했다. ‘미국우선주의’는 그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만큼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두 번째는 ‘고립주의’ 내지는 ‘신고립주의’정책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를 공식화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와 자유무역주의 유지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에서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와 ‘보호무역주의
(protectionism)’를 기반으로 하는 ‘고립주의 (isolationism)’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불가능성 (unpredictability)’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선출직 또는 임명직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또한 사업가로서의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그는 상황에 따라서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타협하거나 예기치 못한 정책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우위의 실용적 외교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문제와 경제문제 중심으로 외교나 안보 문제를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유세 중 계속해서 지정학적 (geo-political
or geo-strategic) 사고에서 지경학적 (geo-economic) 사고로의 전환을 강조해 왔다. 그의 정치적 성공과 지지기반 유지가 전적으로 미국경제의 재건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는 임기 동안 경제 우위의 지경학적 외교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 한미동맹을 미국무역적자나 방위비분담금 사안과 연계시켰듯이 안보이슈를 경제이슈와 연계시키는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문제 외교안보분야 라인업
트럼프의 외교안보분야를 책임지는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모두가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북한과 전쟁 일보직전까지 갈 듯한 설전을 주고받았을 때 오히려 이들이 나서서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강조하면서 국면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등 정책적 판단에 있어서는 트럼프의 지나친 모험주의적 시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결보다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핵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한편, 주한 미국 대사에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국장,
현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한국석좌)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도 공식적으로 임명되지 않아 그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북아와 대중국 외교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당시 유세나 대통령 당선 직후 인사나 발언을 통해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과 대립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는 듯한 정책을 폈으나 마라라고에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의 1차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정책으로 많이 바뀌었다. 어쨌든 미국의 대아시아전략은 대중국정책이 핵심이며,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중국정책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동북아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주시하면서 미중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핵 문제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ICBM개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 (It won’t happen!)이라며 북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 후 채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몇 차례나 계속하면서 체면이 완전히 구겨진 상태다.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호전적인 경고메시지를 보내 오고 있다.
트럼프가 손익계산과 협상에 능한 비즈니스맨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과의 직접대화나 깜짝협상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당분간은 압박과 제재를 통한 강경한 대북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북압박을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베이징에서 이뤄진 며칠 전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북핵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분간은 압박과 제재를 견뎌내면서 핵과 ICBM개발과 완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의 한국방문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에 대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북한은 “핵무력건설대업완성”을 향해 더 빨리 질주하겠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은 핵과 ICBM 완성 후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핵전략으로 인해 남한은 코리아 패싱이나 통미봉남 등의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경제 제재는 수십년 째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북한정부를 붕괴시키거나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그렇다고 북한핵시설이나 지도부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단행하기도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거나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을 더욱 더 강하게 압박하는 방법 외에는 새롭고 효율적인 대응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끊임 없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정책을 비판하면서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급진적인 대북정책 변화의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문제에 대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군사적 세력균형을 유지하면서 현상유지 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북 핵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
남한, 일본 사이의 협력과 동맹강화 방안들이 제시되고 실행될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북한의 요구사항이 이전보다 많아지고 수준이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도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역할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전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완전히 파탄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남북경제교류를 단절시켰을 뿐 아니라 남북화해의 상징적 의미와 신뢰를 허물어뜨리고 북한에 대한 중요한 카드를 헛되이 써버린 결과를 가져 왔다.
그렇지만 현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개선시켜야 할 역사적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충분하며, 민주와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출범한 정부이기 때문에 정당성도 지니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한반도는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책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문제 5대 원칙을 제시했다. 5대 원칙은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문제 5대 원칙의 방향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이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보이는 북한과 미국의 완강하고 배타적인 태도나 한반도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보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과 긴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금 문재인 정부는 외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그렇지만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어렵지만 미국과 북한,
중국 사이의 가교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에 민주와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수도 있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벽돌 한 장을 쌓는 심정으로 작은 일 하나라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한미동맹과 사드
(THAAD) 문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한미동맹이나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한국이 동맹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제기하며 한미동맹의 폐지까지 시사하기도 했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기존의 핵무장 용인발언을 취소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언급도 자제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MD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면서 MD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MD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MD 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이나 사드배치 문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진행되지 않고 적어도 당분간은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관련 분담금 문제나 사드배치와 유지비용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새로운 갈등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위한 제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나 대한반도 정책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행정부나 그 정책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특히 트럼프의 경우 그가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로 외교안보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거의 없고,
그의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이 공화당의 전통적 외교노선과도 많이 다르며, 미국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점 때문에, 몇 가지 예측이 가능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워싱턴의 관료나 외교관, 군이나 정보기관의 의견이나 주장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그의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이 공화당의 전통적 외교정책 노선에서의 이탈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의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공화당 주류를 설득시켜서 지지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도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한데, 벌써부터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동맹, 사드 문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 등 그가 선거유세 당시 했었던 많은 발언들을 취소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그가 진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만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을 실제적으로 변화시키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의 행정부들이 가졌던 ‘북한붕괴론’의 환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가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북한의 핵개발 중단 및 폐기와 평화협정을 맞바꾸는 논의를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를 위한 출발점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의 잠정중단과 한미군사훈련의 잠정 중단을 맞교환하는 형식의 “쌍잠정중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내년 2월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가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적극적 참가를 이끌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진행해야만 한다.
북한도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서 대화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의 고집에 중국마저도 매우 불편해 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렇게 국제정세를 무시한다면, 핵은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2개월 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핵개발 전략이나 대미정책 기조 등을 생각해 볼 때,
다시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화제의에도 응답해야 한다. 남북대화나 남북관계 개선을 북미문제 해결 이후로 미루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은 어렵더라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균형외교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 합의와 관련해서 천명한 ‘3불 원칙’과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회복에 합의한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민주정부를 일구어냈던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담대하고도 현명한 외교정책을 계속 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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