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3일 화요일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정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과 한계


한반도 주변의 정세변화가 폭이나 속도 측면  모두에서 매우 획기적이며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소위 한반도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차분한 분석은 커녕 흐름을 쫒아가기에도 매우 벅찬 상황이다. 변화는 북한의 주도적 태도변화와 한국의 일관된 노력, 미국의 결단과 수용이라는 삼박자 (trinity) 만들어낸 공동작품이다. 북한의 변화는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최초로 감지되기 시작했고 이후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여정과 정의용의 특사교환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후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인해 북미정상회담까지 앞두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정세변화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합의한 6 항이다. 6 항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남북은 4월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3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 2, 남북은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한다.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있다. 5,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하지 않는다. 6, 북측은 남측의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향 방문을 초청한다.

1, 2, 6항은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에 대한 내용이고 3, 4, 5항은 북미대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특사단 방북 남북관계는 상당한 진전이 있겠지만 북미관계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특사단의 합의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에서 긍정적이고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위원장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며 이러한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고 올림픽 이후 재개되기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의지가 있으며 대화를 위해 어떠한 전제조건도 내걸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한번도 공식적으로 비핵화를 의제로 협상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전개, 경제 제재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먼저 철회할 것을 계속 요구해 왔던 북한 입장에서 이는 북한이 대화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5 말까지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즉시 발표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한 해석은 크게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미국의 최대압박정책과 경제 제재 강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되고 전쟁위기감을 느끼는 궁지에 몰리면서 어쩔 없이 대화에 나오게 되었다는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작년에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이제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화에 나서게 되었으며 이는 철저히 계산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진실은 주장 사이의 어느 쯤에 있으리라 보인다.

한편, 남북정상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미정상회담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주장도 있다. 남북은 이미 핫라인 개설과 체육/문화 교류, 특사 교환 여러 차원에서 의미있는 교류가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아직 어떠한 구체적 합의도 없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행정부는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압박과 제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추가 조건에 대한 논의도 아직 분분하.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폐기 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를 요구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쉽게 말을 바꾼다.

한편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회담이라는 것도 북핵폐기만을 둘러싼 회담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미국과의 핵군축 대화를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이야기하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비핵화 합의 과정이나 합의 이후 검증문제 등도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남북간의 합의와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진전이며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환영해야 사건이다. 그러나 하지만 이제 걸음을 떼었으며 앞으로 가야 길은 험난하고 해결해야 과제는 여전히 많다. 섣부른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금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있다 말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북한 이외에도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플레이어의 존재도 고려해야만 한다. 중국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도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북미관계의 급속한 진전으로 북중관계의 악화나 중국의 소외 등을 바라지 않는다. 러시아도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시베리아 가스관이나 횡단철도의 한반도 통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겠지만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것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북미국교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일본의 재무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남과 , 그리고 미국이라고 있다. 이들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대화와 타협으로 양보와 합의를 이루어 낸다면 한반도의 정세는 밝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주한인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것이다.

P.S. 이 글은 제37회 LA통일전략포럼 발표를 위해 준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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