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6일 내일을 여는 사람들 5월 정기모임 주제발표문>
429 재보선 결과의 의미와 진보세력의 전망
안태형
1 이 글은 엄격한 자료분석과 논리적 치밀성을 바탕으로 한 정치학자의 연구결과가 아니라 오늘 모임에 오신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같이 생각을 나누기 위해 준비한 간단한 정리글입니다.
2 새누리당의 승리?: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이번 429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재보선의 구조적 측면에 기인한 바 큽니다. 예를 들어, 재보선의 지역정치성과 낮은 투표율, 사법부나 종편 등 언론의 편파성 등이 그것입니다. 어쨌든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내년 총선까지 집권후반기에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나 여야 합의 공무원 개혁안의 일방적 파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국무회의 통과 등 자신있는 국정운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완종 사건 수사도 몇 명만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넘어가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재보선의 패배는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새누리당이 졌다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나 집권세력의 균열이 더 빨리 올 수 있었읍니다.
3 새정연의 패배?: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는 새정연의 패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정연의 패배는 불공정한 정치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탓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울어진 운동장’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기층민중들과의 연대투쟁이나 장외투쟁을 포기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 이기기로 생각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 어떤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제1야당 새정연은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
2014년 재보궐 선거, 2015년 재보궐선거까지 연전연패 기록중입니다. 야권분열이 패인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이길 수 없었던 선거였습니다. 지금 새정연은 책임공방을 벌이며 ‘친노’와 ‘비노’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주류인 이종걸의원이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되었지만 앞으로 새정연이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입니다.
새정연의 고민은 전략적으로 당이 좌클릭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클릭해야 할 것인가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선명야당과 정책야당이 대립적이거나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양립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4 존재감 없는 진보정당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진보적 대안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으며 이번 재보선의 또다른 피해자입니다. 정동영의 국민모임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만났습니다. 그 동안 보여준 정동영의 행보는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 측면이 존재합니다. 천정배는 호남정치의 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출마 자체가 새정연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에 명분에도 한계가 있고 가능성도 아직 미지수이며, 과연 호남정치의 복원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있습니다. 통진당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측면이 존재했으나 결국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노동당은 전혀 존재감이 없으며 녹색당도 사실 지방정치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아직 후보도 낼 수 없을만큼 정당으로서 아직 미미한 존재입니다.
5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리 모임은 어느 특정 정당의 지원이나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이나 정책을 지지해야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맹목적으로 지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투표참여행위와 참여독려행위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대의민주주의는 그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정치적 수단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채,
그 이후의 정치적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모순된 행동입니다.
민주주의의 회복, 사회경제적 정의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이제 집권 후반기를 맞는 박근혜 정부와 지배집단들의 분열을 이끌어내어야 합니다. 지배집단들의 분열은 경로의존적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 선거개입 투쟁,
세월호 투쟁,
성완종 불법정치자금 투쟁 등을 모두 박근혜 정부에 촛점을 맞춰서 진행해야 합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직면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대적 사정을 진행할 때도, 이명박근혜 정부의 계승성과 연관성에 집중해서 반박근혜 투쟁에 촛점을 맞춰야 합니다. 둘째, 진보적 야권재편으로 정치지형을 변화시켜 집권가능한 대안적 진보정당블록을 만들어내여야 합니다.
또 이것을 위한 실천적 연대를 이뤄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합니다. 진보적 야권통합은 각 집단의 이해관계나 각 집단 사이의 강점적 앙금 등으로 인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글은 LA 내일을 여는 사람들 게시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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