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재선과 한반도
지난 11월 6일 실시된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롬니를 이기고 임기
4년의 대통령직에 재선되었다. 오바마의 재선은 한반도의 정치, 외교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오바마의 당선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오바마 제2기 정책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 정책의 긴급성 때문에 외교정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고, 또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외교정책에서도 중동문제와 대중국 관계에 초점이 가 있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외교문제는 시급한 국내현안들에 밀려 중요한 의제가 되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당일날 행해진 CNN 출구조사에서는 미국 유권자의
60%가 경제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대답했고 약 4%만이 외교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답했다.
FOX 출구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59%가 경제문제, 18%가 건강보험문제, 15%가 재정적자문제, 5%가 외교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대답했다.
국내정책에서는 “재정절벽” 위기 해결 방안이나 높은 실업률 해소 방안, 경제회복 등 경제정책에 촛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후순위로 밀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에서도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달 외교정책을 중심으로 진행된 오바마와 롬니의 대선 토론에서도 핵개발 문제로 북한과 자주 비교되는 이란은
47차례나 언급된 반면 북한은 단 한 차례만 언급되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나 여러 난제들이 중첩되어 있는 중동지방과 비교해 볼 때 오바마 제2기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또 다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 4년간 오바마가 보여 준 대북정책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2008년 대선 캠페인 중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의 ‘힘에 의한 외교’나 ‘일방주의적 외교’를 비판하면서 ‘협력외교’나 ‘다자외교’를 강조하고 소위 불량국가의 지도자들과도 대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더 나아가 ‘핵무기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고 오바마는 이러한 성과로 2009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난
4년 동안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대선 캠페인 때 공언했던 북한 지도자와의 대화는 커녕 오히려 한미동맹의 중요성만을 부각시키고 대북강압정책을 채택했던 이명박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능력만 키워주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회담인
6자 회담은 오바마 정부하에서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북한과의 유일한 합의였던
2.29합의도 북한의 로켓발사로 인해 즉시 폐기되었다.
이번 대선 캠페인 중에도 민주당은 정강에 북한을 ‘국제 의무를 무시하는 정권’으로 규정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은 물론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은 “미국이 우리를 반대하는 적대시정책을 포기해야 조선반도 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로써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는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바마대통령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기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북한을 설득해서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다행히 미국에서 재선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다음 선거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외교적 업적을 쌓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오바마대통령이 내세웠던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도 북한의 비핵화는 필수적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막지 못한다면 핵무기 없는 세상이 아니라 핵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세상이 올 가능성도 있다.
북한도 벼랑끝 전술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사실 오바마
1기 때 북미간의 핵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데에는 북한의 책임도 크다.
오바마 집권 초기에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이 시도했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2.29 합의를 폐기시키는 데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광명성
3호 로켓 발사 등은 모두 북미관계의 진전을 결정적으로 방해했다. 북한이 진정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이러한 도발을 멈춰야만 할 것이다. 북한의 리더십 교체와 더불어 외교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강화, 대북정책 공조, 한국의 주도적 역할 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한국의 차기 정권이 어떤 대북정책을 취하느냐 (대북압박 정책을 취하느냐,
아니면 대북화해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남북관계,
북미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의 안정이 크게 좌우될 것이다. 다가오는 한국의 대선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대선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끝>
이 글은 미주인터넷매체 The Boice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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