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한다
안태형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사드
(THAAD: 고고도미사일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왔던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이제 사드를 최대한 빨리 배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 본다면 사드배치는 기정사실이며,
단지 형식상 절차만 남겨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그 주체가 주한미군이든 한국군이든간에, 이런 식으로 전격적으로 결정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억제 수단으로 사드가 과연 필요하고 적합한가의 문제이다. 만약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핵공격을 시도한다면 사정거리가 12,000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스커드 미사일 등 재래식 중단거리 미사일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직 개발중이라고 알려져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사드는 기본적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이런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은 취약하다.
둘째, 사드 도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드 한 포대 도입 비용은 약 1조에서 1조 5천억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비용도 사드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이 미군에게 판매했을 당시의 비용으로 한국에 사드를 팔 때는 그 가격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서 적어도 사드 두 포대나 세 포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의 구입비용은 적게는 5조에서 많게는 10조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 1년 영업이익보다도 많은 비용이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와 해외에서 1년 동안 자동차를 팔아 번 돈으로 아직 효과도 제대로 입증된 적이 없는 사드 세 부대 정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미의 사드 공식협의 이전에도 중국은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공식협의 이후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는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중국외교부는 주중한국대사를 초치해서 사드배치에 대해 공식항의까지 했다. 실제로 중국은 정치군사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막강한 경제력을 이용해서 보복을 취한 전례가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의 최대수입국이며, 한중교역량은 이미 한일간 교역량보다 많고,
한중자유무역협정 의 발효로 앞으로 한중간 상호경제의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중관계를 악화시켜 한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사드로 인해 유사시 한반도가 중국의 군사적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
넷째, 한반도 사드배치는 실제적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MD)에 편입되는 것이다. 동북아 MD는 북한,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이 주요 대상이다.
한미는 사드가 중국견제용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드의 X밴드 레이더는 최대탐지거리가 3,000km까지 이르기 때문에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탐지가 가능하다. 특히 이 지역에는 중국의 미사일 부대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중국은 사드배치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는 레이더의 방향을 북쪽으로만 고정시켜 놓고 사드를 종말단계 요격용으로만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없다고 말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레이더 방향과 작동모드를 바꿔 중국까지 탐지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미국이 이 사실을 중국에 알려 줄 의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사드배치를 위한 논의과정에서 있었던 비민주성과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도 문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정부는 사드배치에 대한 요청도 없었고,
논의도 없었고,
결정도 없었다는
3NO (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주장을 해왔지만, 이미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록히드마틴 임직원이 한국을
7차례나 다녀왔으며 이미 부지선정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정부가 그 동안 사드배치에 대한 비공식적 논의를 지속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듯이, 미국은 합의가 이루어지면 1-2주일 내에 사드배치가 가능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드의 한반도배치는 우리의 국익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한국을 미국과 일본의 MD체계에 편입시켜 유사시 한반도가 미중갈등의 최전선이 되게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사드의 한반도배치계획은 반드시 취소되어야만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KAMD)의 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편이 낫다. 미국도 한국을 진정한 동맹국으로 생각한다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한반도를 중국견제정책의 전초기지로 삼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
이 글은 제목이 수정되고 내용이 축약되어 미주중앙일보에 시론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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