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당선과 남북관계
지난 19일 (한국시간) 치뤄진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한국 대선 역사상 최초로 총투표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100만여 표차로 이기고 임기 5년의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승리의 기쁨으로 환호했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 중 많은 이들은 아직까지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가다듬고 내년에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은 시도의 하나로, 이 글은 박근혜 당선자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내년 출범할 박근혜 정부 하의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간단히 전망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박근혜 당선자의 대북정책 기본 개념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진정한 화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신뢰부족이기 때문에 신뢰회복과 신뢰재구축을 위한 신뢰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박 당선자는 대북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균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보와 교류협력 사이의 균형,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이 바로 그것이다.
박 당선자의 ‘신뢰외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외교에서 신뢰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해 보면 그 중요성은 배가된다.
그러나 박 당선자의 ‘신뢰외교’는 박 당선자 자신의 대선 캠페인 구호였던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선거전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수사적 의미로 사용되어 온 측면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제는 ‘신뢰외교’의 구체적 내용을 채우고 이러한 ‘신뢰외교’를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와 한반도의 평화에 기반한 새로운 동북아 국제질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창출해 나가는 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박 당선자는 지난 9월 중앙글로벌포럼에서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진화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지난 임기 내내 강경노선만을 고집해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선을 긋고, 이명박 정부와 달리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선을 긋고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구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자의 입장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박 당선자가 남북한 신뢰가 최저점인 원인과 책임을 북한에게서만 찾고 북한이 먼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박 당선자가 말하는 교류협력을 안보문제와 연계시키고 남북대화를 국제공조와 연계시키는 ‘연계론’으로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박 당선자는 앞으로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점을 특히 유념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박 당선자는 지난 11월 5일 국가안보실 부활,
남북정상회담 추진,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북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말한 대목에선 지난 2008년 대선캠페인 중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이 명박 정부 대북정책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NLL 수호를 재차 강조하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박 당선자는 이런 문제들이 북한을 자극해서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 한미간의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북한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한미동맹과 한미공조를 특히 강조해 왔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는데 오바마
2기에서도 대북관계에 있어서 한미공조와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북한이 먼저 변화하기만을 기다리는 오바마 정부의 소위 ‘전략적 인내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답습한다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더 매진할 것이고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박근혜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지속시키고 대화에 기반한 대북화해 정책을 취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을 돕고,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이와 같은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이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가 남북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북한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펼치고 남북관계를 정치정략적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감시와 비판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5년 후 임기를 마칠 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통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미주 인터넷 언론 The Boice에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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