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6년 대통령 선거의 현황과 전망 (LA 내일을 여는 사람들 정기모임 발표문)
시간: 3월 5일 토요일,
장소: Irvine, California
발표자: 안태형
1. 미국의 대선제도
연방정부의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 정치절차로 4년 만에 한 번씩 치뤄진다. 올해는 11월 8일 화요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미국은 1951년 수정헌법에 의해 대통령과 부통령의 3선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이미 재선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이며 유권자들은 자신이 속한 주의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이렇게 선출된 선거인단이 모여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50개 주에서 메인과 네브라스카를 제외한 나머지 48개주는 승자독식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메인과 네브라스카는 비례배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선거인단의 수는 각 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모두 합친 수이다.
상원의원은 각 주당 2명이고, 하원의원은 인구가 많을수록 많다. 435명의 하원의원과
100명의 상원의원,
그리고 워싱턴
D.C.의 3명의 선거인단까지 합쳐 모두 538명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전체 유권자의 직접투표수에 의한 득표에서는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이겨서 대통령에 선출된 경우는 네번 있었다.
1824년의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
1876년의 러더퍼드
B. 헤이스 대통령,
1888년 벤저민 해리스 대통령,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우이다.
2000년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통령 투표방식을 개선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국 직접투표가 아닌 간접투표방식, 그리고 비례배분방식이 아닌 승자독식제도 등은 투표결과를 왜곡시키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나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2. 2016년 대선에 대한 공화당의 전략과 현황
미국대선에 임하는 공화당의 전략은 한마디로 “이게 다 오바마때문이다”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가 예상외로 높아서 이 전략이 공화당 내부경선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대통령선거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는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뿐만 아니라 워싱턴의 제도정치권 전체를 공격하면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강력한 공화당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현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실망하고 있는 공화당원 중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지금 공화당은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예비선거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남아있는 주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존 케이식,
모두 네 명이다. 3월 5일 현재 도널드 트럼프가
378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서 1위를 달리고 있고, 테드 크루즈가
295명, 마르코 루비오가 123명, 존 케이식이 34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다.
바로 며칠 전 공화당 주류세력이 미트 롬니와 존 맥케인 등을 앞세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을 막고자 트럼프를 조직적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두 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다. 첫째,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둘째, 그렇다고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존 케이식 중 한 명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서 그들에게 힘을 몰아주지도 않는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모두들 잘 알고 있으므로 공화당의 다른 후보는 트럼프보다 나은지 한 번 살펴보자. 크루즈는 어떠한가? 로버트 라히시 교수에 따르면 크루즈가 더 위험하다. 그 이유는 첫째, 그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더 극단적이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부정하고,
동성결혼에 반대하며,
총기규제에 반대하고,
정교분리에 반대하고,
사형제를 찬성한다.
둘째, 그는 트럼프보다 더 진지하다. 그는 더 구체화되고 일관된 극우정치경제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셋째, 더 똑똑하다. 단지 프린스턴-하버드법대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일생 전반에 걸쳐서 그는 논리적인 토론으로 무장되었다. 넷째,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이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한걸음씩 실현해 간다. 다섯째, 트럼프는 기존정치권과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크루즈는 외톨이다.
그가 기존 제도를 파괴하려할 때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마르코 로봇 루비오는 어떤가? 매튜 이글레시아스에 따르면, 루비오는 감세와 사회보장비 축소를 주장한다.
그의 외교정책은 매우 공격적이며 쿠바와의 국교수교에 반대하고 이란과의 핵협상도 무효화시키겠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라크 등 분쟁지역에 더욱 많은 미군을 파견시키겠다고 한다. 민권이나 이민문제도 매우 보수적이다. 존 존재감무 케이식은 어떠한가? 공화당 내부에서 중도적 성향으로 알려진 그도 동성애와 낙태에 대해 반대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고 이라크전에 찬성하고 중동에 더 많은 미군을 파견하자고 주장하는 듯, 전혀 중도적이지 않다. 결국 현재 남아있는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모두가 극우보수로 분류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책으로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트럼프 자신이 지금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고자 포퓰리즘적 정책을 남발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된 후 이를 정책화하려면 공화당 주류와 민주당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3. 2016년 대선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과 현황
민주당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예비선거가 진행중에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주자는 두 명인데,
3월 5일 현재 힐러리 클린턴이 수퍼대의원 458명을 합쳐
1,121명, 버니 샌더스가 수퍼대의원
22명을 합쳐
479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 클린턴을 지지하는 수퍼대의원이 나중에 지지후보를 샌더스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은 승자독식방식을 채택한 주가 많고 수퍼대의원 수가 적어서 수퍼대의원의 역할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민주당은 올해 8월에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어떤 후보도 과반수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퍼대의원들이 후보를 결정하는 ‘중재전당대회 (Brokered Convention)’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상황을 보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의 수퍼대의원 제도는
1980년에 도입되었다.
민주당 소속의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선출직 공무원,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 전직 대통령,
전직 부통령,
전직 상,하원 원내대표,
전직 하원의장,
전직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등이 수퍼대의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어떤 대선후보에게도 투표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당의 대선주자를 지지하면 자격이 박탈된다. 이라크전쟁 지지자인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지지해 자격을 상실한 적이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수퍼대의원 제도가 유권자들의 의사와 다른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으나 향후 어떻게 개선될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현재로서는 도널드 트럼프와의 승부가 예상된다. 만약 힐러리가 이긴다면, 같이 실시되는 상하원선거와 주지사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힐러리의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은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4. 버니 샌더스의 도전과 의미
버니 샌더스의 돌풍도 놀랍다. 샌더스가 처음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그가 이처럼 선전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지명도도,
조직도, 선거자금도 없는 상태에서 경선을 시작했지만,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많은 지지자들이 결집했고 결국에는 전국적으로 힐러리 클린턴과 비슷한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등에서 선전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최근 남부 주들에서 패하며 이제는 그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
그렇지만 아직도 승부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트럼프와 샌더스 돌풍은 지금 미국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위기상황에 빠져 있으며 미국 유권자들은 새로운 질서와 보다 근본적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정당의 출현 등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
5. 트럼프 대 힐러리?
4월에 예정되어 있는 좌담회까지는 아마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거의 확정될 것이기 때문에 이 주제는 그 때 자세히 논의하기로 한다. 그리고 만약 트럼프나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들의 당선이 한반도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 볼 생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