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영 김 의원과 미셸 스틸 의원 등 남가주에 지역구를 둔 두 명의 한인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한 35 명의 공화당 연방하원의원들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했다. 이 서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바라는 많은 미주한인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들은 서한에서 종전선언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보다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의 위험성을 한국 정부에게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이 없으며,
미사일과 핵무기를 계속 개발 중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합의사항을 위반한 전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주둔 미군의 지위와 지역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다 줄 것이며,
너무 이른 평화조약은 북한에게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를 요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종전선언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시도해서는 안되고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문제 개선이 이루어진 이후에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합하자면, 이들은 종전선언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이며,
이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시기상조이며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한반도의 현실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와 왜곡에 기인하고 있다.
먼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이 정전협정 후 68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아,
이로 인해 남북 모두 아직까지도 큰 경제적,
물질적 피해와 인도주의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쟁상태의 지속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신 종전선언만이라도 먼저 해서 이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
전쟁을 끝내자는 종전선언이 북한에 대한 양보라는 주장 역시 문제가 있다.
종전선언은 2006년 공화당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으며,
2018년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 추진이 포함되자 당시 또 다른 공화당 대통령이었던 트럼프 대통령도 즉시 이를 환영했으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약속한 바도 있다.
오히려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면 정치군사적 갈등완화와 신뢰형성으로 인해 남과 북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 모두 군사적 긴장완화와 이로 인한 경제적 기회 창출로 인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한반도에서 심각한 군사적 갈등을 유지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지연시키는 매우 위험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으며 미사일과 핵무기를 계속 개발 중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북한은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이 미국 등과 맺은 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는 주장도 반만 사실이다.
미국 또한 북한과 맺은 협정을 위반한 사례가 많으며,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이행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미국 측이 먼저 약속을 파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
종전선언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도 "종전선언은 현재의 정전체제의 법적·구조적 변화를 일절 의미하지 않으며 평화협정 발효 시까지 유지된다"고 강조했으며,
"종전선언은 대화 재개 및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적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즉, 종전선언은 답보 중인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모멘텀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세계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영향력과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종식을 반대하고 전시상태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다.
이렇듯이 이번 서한에 담긴 이들의 주장은 한반도의 현실과 역사에 대한 무지와 왜곡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영 김 의원과 미셸 스틸 의원이 한인계 미 연방하원으로 당선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이라 믿고 지지했으나 이 서한으로 인해 크게 실망했다.
두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평화지향적 입법과 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P.S. 이 입장문은 LA지역 진보단체 공동입장문 (2021년 12월 20일)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