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 재무부가 북한의 해상 무역을 봉쇄하고자 북한과 관련된 무역회사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을 추가로 제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단독 제재이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화해협력과 긴장완화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해석된다.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이자 사실상의 ‘해상 봉쇄’에 해당하는 이번 조치가 매우 심각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갈 것이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는 사실에 있다. 여러 가지 정황상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제2단계가 북한에 대한 직접적 군사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북한의 정책변화와 한반도의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의 남북화해 분위기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효과라고 믿는 듯 하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북한은 경제가 어렵거나 외부의 압박이 심해질 때보다는 오히려 내부적으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안정되고 외부에서 대화나 협상의 의지를 보일 때 개방적인 정책을 채택해 왔다. 현재 북한의 정책변화에는 제재효과만큼이나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핵무력 건설 완성에 따른 자신감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행된 이번 대북제재와 평창올림픽 이후 재개될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남북화해 분위기를 해치고 남북관계를 다시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북미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 오히려 북미간의 긴장고조로 인해 미국의 대북군사행동을 촉발해서 결국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다.
전쟁의 끔찍한 결과를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면 지금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통받거나 죽어가는 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을 보면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희생당할 것이며 만약 북한이 최후수단으로 핵이라도 터뜨리게 된다면 이는 전 세계적 재앙이 될 것이다.
북한은 핵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북제재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재개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대북적대시 정책의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의 남북화해 분위기는 궁극적으로 북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점에서 이번 미 재무부의 대북제재와 미 국방부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는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 될 것이다. 이미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제재를 '전쟁행위'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화해와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렵게 얻은 기회를 오인과 오판으로 인해 헛되이 날려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최대 압박이 아니라 관여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 (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은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정책적 수단은 정책적 목표에 복무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목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