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재 한반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있고 북한에서는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계속 쏘아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해오고 이란에 대항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하고 있으며 한미일삼각군사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군사적 재무장을 통한 군군주의화를 꿈꾸며 과거사 문제를 놓고 경제보복을 추진하면서 한일간의 실질적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부문에서 상호협력을 강화하면서 계속해서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넘어오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을 드러내 주고 지금 한반도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만 한다.
한편,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지 4개월만인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만남과 북미정상회동이 열렸다.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에서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하는 등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2-3주 내로 재개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실무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지난 6월 중 실시되었던 한미연합기동훈련,
한미연합잠수함훈련,
8월 중 실시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동맹
19-2> 등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와 F-35A 스텔스전투기
2대 도입,
미국의 최첨단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한국 판매 승인,
신형 이지스함에 배치할 사거리 500km 이상의 SM-3 미국으로부터의 도입계획과 같은 한국의 최첨단무기구입 문제가 놓여 있다.
2 <동맹 19-2>와 최첨단 무기구입에 대한 북한의 공식입장
7월 11일자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에서 북한은 한국의
F-35A스텔스전투기 도입 계획은 극도로 위험한 행동이며 그러면서 화해와 협력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뻔뻔스럽고 가련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7월 16일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동맹 19-2>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는 “트럼프대통령이 싱가포르조미수뇌회담에서…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조미수뇌상봉때에도…
거듭 확약”했기 때문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는 “6.12 조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에 대한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월 16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답하면서 “판문점조미수뇌상봉을 계기로 조미사이의 실무협상이 일정에 오르고있는 때에 미국은 최고위급에서 한 공약을 어기고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면서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실무협상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북미실무협상개최 연계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과 태도로 볼 때 한미연합군사훈련인
<동맹 19-2>가 실시되는 기간 동안에는 적어도 북미실무회담의 재개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북한은 7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
7월 31일 대구경조정방사포 두 발,
8월 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
8월 1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두 발을 발사하는 등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7월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가…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밝혔으며,
8월 2일 외무성 대변인담화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연습과 첨단공격무기증강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은 7월 31일 “평화와 전쟁연습은 량립될수 없다”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서 “대결과 전쟁의 근원인 북침전쟁훈련의 전면적이고 영구적인 중단은 북남관계개선과 조선반도평화보장의 선행조건,
근본전제”임을 확실히 했다.
8월 6일에는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6.12조미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로골적인 무시이며 공공연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가장 최근인 8월 8일에는 조선반도의 정세긴장을 격화시키는 장본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통일선전국 진상공개장’에서 “남조선당국이 말로는 군사적긴장상태완화와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동족을 적대시하는 편견과 관념,관습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민족의 화해단합과 조선반도의 평화기류에 역행하여 북침전쟁연습과 무력증강책동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있다”고 다시 한 번 비난했다.
진상공개장은 “남조선당국의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대결소동은 지난 시기 대결과 전쟁을 본업으로 삼던 보수‘정권’ 때와 조금도 다를바”
없으며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국의 최첨단무기도입에 대한 북한입장의 배경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일까?
먼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간주하고 이를 미국의 북한적대시정책의 상징이자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여긴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 노동력의 주요한 원천인 군인들이 군대로 복귀해야 하고 대응훈련에 석유 등 많은 자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정치적으로도 외부의 위협에 결연히 맞서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들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국의 최첨단무기도입은 싱가포르북미공동성명과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과 한국이 각각 약속했던 내용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공동성명에서 북미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을 다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담보를 제공할것을 확언했다.
9/19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남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합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국의 최첨단무기도입은 북한에게는 신뢰관계를 저버리고 적대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제3차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재개를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고 보여진다.
4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미국의 입장
현재 북미관계는 미 백악관,
정보부, 국무성, 씽크탱크, 의회, 민주당, 미디어, 프레스, 군산복합체, 군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Top-down 방식으로 혼자서 하드캐리하고 있는 중이다.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아주 약간 긍정적으로 바뀌고는 있지만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파적 이익과 진영논리로 인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트럼프와 같은 인물에게 맡겨야 하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핵심으로 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완전제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핵우산,
한미동맹, 미일동맹, 주한미군, 주일미군, 군사기지 등의 문제는 의제로 올리려고 하지 않다.
반면에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전력 제거까지 포함하는 것이고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은 없다.
이렇듯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와 내용을 놓고 북미간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CVI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또는 FFI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선비핵화 후보상 (혹은 후제재해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단계적,
병행적, 동시행동적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는 북미가 포괄적 로드맵에 먼저 합의한 후 그 실행은 단계적,
동시행동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이 아이디어에 동의하느냐가 문제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포기에 상응하는 조치들이 반드시 시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상정 당사자는 누구인가?
북미? 남북? 남북미? 북미중? 남북미중? 또는 평화협정이 필요한가 아니면 평화조약이 필요한가?
구체적으로 북미평화협정이 필요한가,
아니면 북미평화조약이 필요한가,
아니면 4자평화조약이 필요한가 등의 문제다.
여기에 더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철수,
유엔사,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문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다행히 북미대화의 동력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다시 한 번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편지의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시험 발사를 멈추고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원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반도 비핵화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미국은 동결 정도를 현실적인 목표로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제기될 수 있는데 이렇듯 다행히 트럼프대통령의 의도와 김정은위원장의 의도가 맞닿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5 나가며
사실 <동맹 19-2>는 예년과 달리 전략자산 전개도 없고 그 규모나 작전범위가 축소된 훈련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이 연습은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연습 기본운용능력 (IOC) 검증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미루기 어렵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나 한국이 싱가포르북미공동성명이나 평양공동선언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적어도 <동맹 19-2>가 끝날 때까지 북미실무협상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다시 북미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어쨌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간/북미간 신뢰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뢰형성을 위해서 한국과 미국은 앞으로도 연합군사훈련의 유예나 취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고 최첨단무기구입계획 등에 대해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동맹 19-2>가 끝나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밝혔듯이 북미실무회담을 바로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다른 국가에게 의존할 수도 없고 의존해서도 안 된다.
반드시 우리 힘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재미한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이에 따른 주도적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계속 공부하고 토론하고 실천하자.
P.S. 이 글은 샌디에이고 (San Diego) 사람사는세상 (사사세)과의 간담회를 위해 준비한 글입니다.
P.P.S. 이 글은 제42회 LA통일전략포럼 발표문에 포럼에서 토론된 내용을 반영해서 수정/보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