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만 2개월을 지나 3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고자 했던 푸틴의 바람과는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연한 항전 의지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한 많은 국제적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전쟁은 이제 돈바스 지역 공방을 중심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이 대개 그렇듯이,
전쟁에 대한 객관적 분석도 결코 쉽지 않다.
“전쟁의 첫 번째 사망자는 진실”이라는 말도 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고,
지정학적 문제,
제국주의, 패권주의, 민족주의, 인종주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원인에 대해 크게 대립되는 해석이 존재한다.
주류적 시각은 독재자 푸틴의 야심과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립되는 시각은 나토의 동진과 이로 인한 러시아의 안보위협 증가가 이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주류 시각을 대표하는 학자는 예일 대학의 역사학자인 티모시 스나이더 교수다.
그에 따르면,
푸틴의 파시즘 사상에 의해 러시아에 권위주의가 부활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파시즘과 러시아 권위주의가 서방으로 팽창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전쟁이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난 해 푸틴이 발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통일성>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비주류 시각을 대표하는 학자는 시카고 대학의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세이머 교수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국주의라는 관점보다는 강대국 정치라는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원인은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시도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독일 통일 당시 미국이 구 소련에게 “나토는 단 1인치도 동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 후 약 1억 인치 동진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정당한 전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푸틴은 어떠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 이 전쟁에 대해 제3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 정부도 전쟁 발발 전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또는 전쟁 발발 후에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둘러싼 의견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해야 하며,
전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고 러시아에 대한 대응은 유럽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듯 정가나 학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이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푸틴 정권의 붕괴를 목표로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군사지원을 주장하고,
다른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군사지원이나 확전은 반대하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은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450만 명 이상의 전쟁난민이 발생한 현 시점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며,
그 방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휴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두 나라가 평화협정에 도달하기 위한 핵심쟁점은 우크라이나 중립화 방안,
크림 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귀속 여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존중 방안,
이에 대한 국제적 보장 방안 등이다.
미국이 평화협상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의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미국 대 중국/러시아 구도의 신냉전 체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럽에서는 독일의 재무장과 나토의 확대 등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 전세계적 차원에서 군비경쟁이나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경제 블록화나 자원 및 기술의 무기화 등도 예상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북한이 비핵화보다는 핵무력 강화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것으로 여겨지며,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전통적 우호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군사력 증강과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군사안보협력 강화 등의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남북의 입장은 결국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여건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우리 모두는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모든 전쟁과 어떠한 형태의 폭력에도 반대하는 지속적인 평화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미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국에 어떤 이해득실을 가져올지 계산기만 두드리거나 말로만 인권,
자유, 평화를 내세우지 말고 전쟁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P.S. 이 글은 News M에 칼럼으로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