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결정으로 인해 평창동계올림픽은 문재인 대통령이 바래왔던 대로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변화는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올림픽 기간에 예정되어 있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시키고 북한을 올림픽에 참가시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결국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한국,
미국, 북한 정부가 모두 협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지만 상황의 개선이나 악화가능성은 결국 한국, 미국, 북한, 더 나아가서는 중국 등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앞으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한반도의 화해분위기와 평화무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올림픽 이후 미국의 태도와 정책변화가 중요한데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계속 힘을 실어주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서 북핵문제를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강화와 정치군사적 압박 정책을 지속하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옵션을 사용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가 강화된 대북제재와 압박의 결과라고 해석한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오히려 북한의 남북화해 제스처는 핵무력 완성과 김정은 정치제제의 안정화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결과로 봐야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은 대화와 교류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정책에 반대하는 국내외의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남북한 화해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번 기회는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만큼 지금 상황에서 인권문제 등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너무 서두르거나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북핵문제는 북한이 미국을 협상대상국으로 생각하고 있는만큼 한국이 너무 앞서나가지 말고 일차적으로 북미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중국과 더불어 분위기 조성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북미간 대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 형식이 탐색적 대화일지라도 일단 서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기간 중에 북미 사이에 어떠한 형식의 대화라도 진행될 수 있다면 올림픽 이후에도 화해와 대화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미국은 적어도 올해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잠정중단하고 북한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핵과 미사일 시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북미협상과정에서 정치적으로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등을 통해 체제유지를 보장받고 경제적으로는 대북경제제재 철폐와 핵포기를 위한 경제적 보상과 지원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의 완전폐기와 핵포기 선언,
ICBM 등의 전략무기 폐기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모두 협상 초기단계에서는 극단적 요구를 자제하고 때로는 양보도 해가면서 상호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다. 협상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기는 하지만 북핵문제가 북미간 대화를 통해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분간은 가교bridge-building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코리아 패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한편, 북한이나 미국 모두 대화와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때 한국정부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것처럼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가지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이다. 위기 뒤 극적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이 기회를 놓치면 더 큰 위기가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건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이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