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자리에 저를 토론자로 초청해 주신 이상만 이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조성렬 박사님과 김형석 전 차관님, 이주철 연구위원님, 노규덕 박사님과 함께 토론에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중전략경쟁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 세계사적 사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이자 계기라고 할 수 있고 한미일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질서를 완전히 새롭게 재편할 수도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슈를 오늘 조성렬 박사님의 발표를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고 분석해서 발표해 주신 조성렬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토론자로서의 오늘 제 커멘트는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제 의견은 아마 소수의견일 것 같습니다만, 먼저, 중국굴기를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부분입니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보통 이러한 국가경영전략이나 비전은 매우 긍정적이거나 혹은 국내정치적 효과를 고려해서 약간 과장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패권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국이 때가 되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야심이 없다고 볼 수도 없고, 또 중국의 발언이나 제스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국몽이나 중국굴기를 미국이 자국패권의 직접적 도전으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혹은 그레이엄 앨리슨의 주장을 따라, 때 이르게 봉쇄나 고립, 제재 등을 통한 지나친 공세적 대응을 한다거나 더 나아가 예방전쟁을 시작하려 한다거나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볼 때는 당장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으며, 나중에라도 중국이 과연 미국을 대신할 패권국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국의 중국과의 경제적/기술적 디커플링이나 정치군사적 중국봉쇄 강경정책 등을 통한 과도한 대중국 대응전략도 마찬가지로 큰 문제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을 자극하고 대결을 심화시키기 위한 도발적 측면도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렇듯 저는 오히려 미국이 중국의 패권도전을 과장하면서 미국의 패권유지와 확대를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혹은 냉전승리의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 또 다른 패권전쟁 승리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비록 운이 좋았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전략경쟁의 일차적 책임을 어느 한 국가에게만 일방적으로 지우는 것보다는 적어도 그 구조적 요인이나 게임법칙의 행위적 측면에서 볼 때 발생되는 귀결이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주장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미국이나 대만이 현상변경을 통해 먼저 도발하지 않는 한 중국이 선제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저는 시진핑이 전쟁을 단시일내에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고 또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는 한 굳이 이러한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대중/대러 견제/봉쇄전략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국제협력질서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러 사이의 직접적 군사 충돌 가능성 뿐 아니라 저강도 전쟁이나 대리전,
국지전 가능성 증가,
세계 경제의 블록화,
자원, 에너지, 식량의 무기화,
국제금융과 자유무역질서의 퇴조,
기술발전의 고립화와 폐쇄화 등을 가져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국가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팬데믹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의 경제안보와 외교안보는 국익과 실리에 기반한 신중한 균형외교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중 경쟁의 격화와 이로 인한 충돌로 인해 더 이상 균형외교를 구사하기 힘들고 결국에는 어느 한 쪽에 편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저는 중국보다는 미국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전까지는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신시대 리얼리즘 외교’를 참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MD체제에 편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는 하지만,
MD체제 편입이나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공식화 등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매우 심각하게 고조시키고 만약 동북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반도를 전쟁의 중심지로 만들 것입니다.
물론 이와는 별도로 자주국방력 강화,
미중 이외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을 통한 외교 다변화,
무역 다변화나 대중국 무역의존도 완화 등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렇듯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미중 경쟁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며,
오히려 더욱 증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외교정책은 우려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소위 묻지마 대미편승정책은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담대한 구상’으로 일컬어지는 대북정책도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목표에 대한 뚜렷한 인식,
안보정책과 평화정책의 균형,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
남북합의 사항의 존중 등이 요구된다고 생각됩니다.
이상으로 두서 없는 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조성렬 박사님의 발표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이 토론문은 2022년 12월 16일 (미국시간) Zoom으로 진행된 "2022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원 하반기 정기세미나"에서의 토론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